걷지 않는 인류의 탄생

2026-01-20 14:06

전동 모빌리티가 무릎·심장·수명을 바꾸고 있다

인류는 걸어왔다.
도망치기 위해서였고, 사냥하기 위해서였으며,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뇌를 설계한 기본값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걷지 않는다.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호출 한 번이면 도착하는 차량, 곧 일상이 될 자율주행차까지. 이동은 더 빠르고 편해졌지만, 그만큼 인간의 몸은 조용히 가만히 놓여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구조의 변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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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I 생성 이미지

이동이 사라지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의학적으로 걷기는 가장 완성도 높은 전신 활동이다. 무릎과 발목을 쓰고, 심장을 자극하며, 뇌는 균형과 방향을 끊임없이 계산한다. 하루 수천 보의 걷기는 인간에게 ‘운동’이 아니라 기본 작동 조건이었다.

그러나 전동 모빌리티가 일상이 되면서 이 기본값이 무너지고 있다. 걷지 않는 생활은 곧바로 몸에 신호를 보낸다. 무릎 관절은 빨리 닳고, 하체 근육은 줄어들며, 심폐 기능은 눈에 띄지 않게 떨어진다. 문제는 이 모든 변화가 느리게, 그리고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아프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편리함은 이동을 외주화했다

우리는 더 이상 몸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이동을 ‘기계에 맡긴다’.
이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변화가 아니다. 인간이 수천 년간 유지해온 생활 속 움직임을 외주화한 사건이다.

엘리베이터가 계단을 밀어냈고, 자동차가 보행을 대체했으며, 이제는 전동 모빌리티가 남아 있던 최소한의 걷기마저 지우고 있다. 출근길, 장보기, 아이 등하교, 짧은 거리 이동까지—인간이 쓰던 다리와 무릎은 점점 쓸 일이 없어지고 있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몸이 지불하는 비용은 청구서 없이 쌓인다.

걷지 않는 사회는 의료비가 먼저 늘어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보행량 감소는 곧 만성질환 증가로 연결되고, 이는 의료 시스템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당뇨, 심혈관 질환, 관절 질환은 ‘운동 부족’보다 ‘이동 부족’과 더 깊이 연결돼 있다. 인간은 헬스장에서 건강해지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며 건강해지는 존재였다.

모빌리티의 발전이 건강을 위협하는 역설은 여기서 발생한다.

우리는 정말 더 진보했는가

전동 모빌리티는 분명 기술의 성취다. 하지만 질문은 이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편하게 만들수록, 인간의 몸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걷지 않는 인류는 더 효율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더 건강한지는 아직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다. 인간의 몸은 여전히 걷기를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기술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술의 속도만큼, 인간의 몸이 따라오고 있는지를 묻고 싶을 뿐이다.

 

걷지 않는 인류의 탄생.
그 끝에서 우리는 어떤 몸으로 살아가게 될까.

라이드플래닛 Jupiter
권태근 기자 kawaik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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