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자전거를 가장 위험하게 만든 건 속도가 아니었다!

2025-12-31 09:14


자전거 사고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원인은 속도다. 특히 전기자전거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이 늘어난 2025년에는 “자전거가 빨라져서 위험해졌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발표된 자전거 교통사고 통계를 들여다보면, 실제 사고의 중심에는 속도보다 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원인이 있었다.


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자전거 교통사고 원인 분석에 따르면, 사고의 대부분은 고속 주행 자체보다 기본적인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보행자와의 거리 조절에 실패하거나, 교차로에서 주변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속도는 사고 이후 피해를 키울 수는 있지만, 사고를 발생시키는 직접 원인으로 분류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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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 5,571건 기준

(기타 요인에는 도로 이탈, 환경 요인, 기타 법규 위반 등이 포함)



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다. 자전거 사고의 약 2/3은 주의 태만·전방 미주시 등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에서 발생했다. 다시 말해, 사고의 중심에는 “얼마나 빨랐는가”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가”가 더 자주 자리하고 있었다.


2025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자전거 사고 사례들도 이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횡단보도 인근에서 멈추지 못해 보행자와 충돌한 사고, 보도에서 서행하지 않다가 발생한 접촉 사고, 교차로에서 차량 흐름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진입해 발생한 사고들이 반복됐다. 이들 사고의 공통점은 극단적인 고속 주행이 아니라,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를 보더라도 낯선 도로보다 매일 지나던 길, 늘 이용하던 자전거도로, 익숙한 교차로에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했다. 경찰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자전거 사고는 규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잘못된 판단이 개입되는 순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함이 경계를 낮추는 순간, 사고 위험은 빠르게 높아진다.


전기자전거의 확산은 사고 양상에 또 다른 변수를 더했다. 문제로 지적된 것은 속도 그 자체보다 이용 기준에 대한 인식의 혼선이었다. 전기자전거가 자전거로 인정되는 조건, 자전거도로 이용 가능 여부, 보도 주행의 한계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주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고 이후 “자전거로 생각했다”는 주장과 달리, 책임 판단에서는 불리해지는 사례도 반복됐다.


음주 상태 주행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과 사고 사례를 보면, 고속 주행이 아닌 저속 주행 중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균형 감각과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속도와 무관하게 사고 위험이 커진다. ‘느리니까 괜찮다’는 인식이 오히려 사고를 부른 셈이다.

보험과 과실 판단에서도 기준은 명확했다. 사고 이후 분쟁 사례를 보면 판단의 중심은 속도가 아니라 사고 위치, 보행자 우선 여부, 신호 준수 여부, 자전거의 상태였다. 전기자전거가 합법적인 구조였는지, 보도에서 무리한 주행을 하지 않았는지, 기본적인 의무를 지켰는지가 과실 비율을 좌우했다.


2025년 자전거 사고들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전거가 빨라졌기 때문에 위험해진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일상이 되면서 기준을 가볍게 여긴 순간들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사고를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속도계의 숫자가 아니라, 멈출 수 있었는지, 내려서 걸을 수 있었는지, 한 번 더 살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선택이었다.


2025년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안전이 장비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행동과 판단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해였다. 그리고 이 결론은 2026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이드플래닛 Mercury
김강태 기자 rideplanet.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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