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플랫폼에서 자율주행 플릿 운영사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진화가 시작됐다
국내 모빌리티 Big4가 준비하는 미래… '호출'을 넘어 AI·전동화·자율주행 플랫폼으로 진화
국내 모빌리티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의 경쟁은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전기차(EV) 보급 확대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목적기반차량(PBV),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플랫폼 기업들이 준비하는 미래는 단순한 호출 서비스를 넘어 수천 대의 차량을 실시간으로 운영·배차·관제하는 '플릿(Fleet) 운영 플랫폼'이다.
차량을 직접 만드는 제조사만큼이나 수많은 차량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왜 플랫폼 기업이 중요한가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경쟁력은 단순히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운행 중인 차량을 언제 어디에 배치할지, 충전은 언제 할지, 고장이나 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지, 예약과 결제, 보험, 고객 서비스를 어떻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할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처럼 여러 대의 차량을 통합 운영하는 역량을 플릿 관리(Fleet Management)라고 한다.
이미 수백만 명의 이용자와 방대한 이동 데이터를 확보한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자율주행 서비스의 핵심 운영자로 성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다만 완전한 자율주행 서비스는 완성차 제조사와 자율주행 기술 기업, 통신사, 정부의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가능한 만큼 다양한 협력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은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최대 호출 플랫폼을 기반으로 AI와 PBV 생태계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티맵모빌리티는 정밀 지도와 차량 소프트웨어 연계 기술을 앞세워 완성차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쏘카는 대규모 차량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플릿 운영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고, 타다는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와 AI 기반 운영 효율화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기업 모두 '이동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카카오모빌리티 - AI 기반 플랫폼과 PBV 생태계 협력 확대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플랫폼 고도화와 PBV 생태계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아와 협력을 통해 PBV(Purpose Built Vehicle·목적기반차량)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연계와 운영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PBV는 택시와 셔틀, 배송 등 특정 목적에 맞춰 처음부터 설계된 전용 차량으로,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세종과 제주 등에서 진행된 자율주행 실증사업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차량 관제와 플랫폼 운영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다양한 AI 기술을 접목해 이동 서비스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카카오T를 중심으로 전기택시 확대와 충전 서비스 연계 등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도 지속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정밀지도와 SDV 시대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티맵모빌리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의 지도 데이터와 내비게이션 기술이다.
회사는 차선 단위까지 지원하는 정밀 지도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용 지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SDV는 차량의 주요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능과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를 의미한다.
또한 완성차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며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와 정밀 내비게이션 플랫폼 공급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를 위한 충전소 정보와 최적 경로 안내 기능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미래 통합 모빌리티(MaaS) 서비스 기반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쏘카 - 축적된 플릿 운영 경험이 미래 경쟁력
카셰어링 시장을 선도해온 쏘카는 전국에서 운영 중인 차량과 운영 경험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다.
여기서 말하는 플릿(Fleet)은 여러 대의 차량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개념으로, 예약부터 배차, 충전, 정비, 세차, 회수까지 차량의 전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하는 운영 체계를 뜻한다.
쏘카는 수만 대 규모의 차량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영 자동화와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제주 등에서 자율주행 셔틀 실증사업에도 참여해 미래 서비스 가능성을 검증해 왔다.
또한 전기차 운영 규모도 꾸준히 확대하며 다양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타다 -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와 AI 기반 운영 효율화
타다는 자율주행 기술 자체보다 이용 경험과 운영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기반 배차 최적화와 서비스 품질 개선, 프리미엄 이동 서비스 고도화를 중심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법인 이동 서비스와 프리미엄 호출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차량 도입을 지속 확대하며 보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은 이미 '플랫폼 전쟁'에 들어섰다
국내보다 앞선 해외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의 Waymo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 운영하며 차량 제조보다 운영 플랫폼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Baidu Apollo Go 역시 대규모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확대하며 플릿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Uber는 자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율주행 기업과 협력하는 플랫폼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대상은 더 이상 차량 자체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자율주행차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더 좋은 엔진과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있었다.
그러나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쟁의 중심은 차량 자체에서 운영 플랫폼(Operation Platform) 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한 대를 만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수천 대의 차량을 실시간으로 배차하고 충전하며 정비하고, 고객 서비스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또 다른 차원의 경쟁력이다.
물론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은 기술 성숙도와 안전성 검증, 법·제도 정비, 사회적 수용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2020년대 후반을 중요한 전환기로 보고 있지만, 실제 보급 속도는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승자는 단순히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람과 차량, 데이터,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쏘카, 타다가 준비하는 미래도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축적해 온 이동 데이터와 플랫폼 운영 경험은 자율주행·전동화 시대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결국 미래 모빌리티의 경쟁은 '누가 자동차를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를 가르는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호출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자율주행 플릿 운영사로 진화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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